2011 다애다문화학교 희망 여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꼬추장 작성일11-11-08 23:01 조회3,640회 댓글0건

본문

2011 다애다문화학교 희망 여행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안교육 위탁기관 다애 다문화학교(서울 강남구 논현동 225-6 강남 YMCA, 02-3445-5045)의 교장 이희용입니다. 제가 섬기는 다애다문화학교는 올해(2011년) 처음으로 서울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인가받은 학교입니다. 저희 학교에 위탁되는 학생들은 중학교 교육과정의 학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하지 않아도 원적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몽골, 중국, 필리핀, 일본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태어나 최근 한국에 입국한 중도입국 자녀들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말 대화가 서툴고,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친구도 있으니까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교우 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에 입국한 친구는 지난 8월 15일에 입국했어요. 그러니 이들에게 한국 땅은 정말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만 합니다.

이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이삿짐센터, 미싱, 식당일 등에 종사하고 계세요. 힘든 일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돈을 버시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죠. 누구나 꿈 많은 학생 시절에 자주 여행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보고 배워야 견문이 넓어지고 꿈도 생길텐데, 외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학생이 혼자 한국의 이곳저곳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님이 그들에게 여행 경비를 쉽게 대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보니 이들에게 여행이란 사실상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죠.

저는 이런 우리 학교 아이들이 한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를 경험하고, 또 학생들이 개인적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여러 산업 시설을 견학하면서 그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하나투어에서 희망 여행 참가자를 공모한다는 희소식을 접하고는, 아이들과 상의 끝에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그야말로 신들린 듯이 제안서를 쳐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다가 보고 싶어요’, ‘자동차 공장이 보고 싶어요’ 하면서 자신들의 소망을 동영상에 담아 제안서와 함께 제출했지요.

그런데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저희 학교가 참가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었지 뭡니까...

저는 아이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면서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몇 번에 걸쳐 여행 계획을 점검하고, 또 시장을 보면서 우리의 꿈을 키워줄 멋진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장차 나의 꿈을 펼칠 이 땅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세상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으며,

그 직업을 가지려면 도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만날 경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지금 막 중학교 과정을 지나는 우리 학생들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희망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천 공항을 찾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인천 공항... 아이들은 자기들이 입국한 그곳에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그곳을 통해 이 아이들이 다시 세계를 향해 떠나갈 수도 있는 곳이기에 저도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공항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을 견학하는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모국어와 한국어, 영어를 모두 다 잘 할 수 있게 자란다면 혹시 이곳이 그들의 멋진 일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꿔보았습니다.

인천 항만도 방문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과 교역이 활발한 대한민국의 서쪽 관문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아이들의 눈은 숙연했습니다. 수출 선박에 실리는 수많은 자동차와 철강 제품, 또 외국에서 수입한 곡물과 사료, 원목 등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세계와 소통하는 대한민국 물류 기지의 힘찬 맥박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임실 치즈 마을도 찾았습니다. 거기서 가난했던 농촌 마을이 어떻게 낙농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는지를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우유가 치즈로 변화하는 과정을 공부하고 또 직접 내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 먹어 보면서 낙농업의 묘미를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혹시 압니까? 이들 중에 서늘한 기후의 자기 모국으로 돌아가 낙농 산업을 일으킬 인재가 나올지...

광양제철소에서는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 덩어리가 얇은 철판으로 압연되는 과정을 보며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저도 이런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너무 멋져요’라고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흥분과 도전... 그것이 앞으로 그들의 학업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보았습니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우주선의 모형을 살펴보고, 우주선의 이모저모를 견학했습니다. 그리고 4D 영상체험관에서 가상의 우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아이들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이 자그만 세상에만 얽매이지 않고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꿈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 아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보았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땅에서 꿈을 찾고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 문화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한지의 우수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우리는 교동아트 센터에서 한지를 가지고 과반을 만드는 한지 공예 체험을 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오목대에 올라가 한옥 건축 문화를 체험하며, 조선 왕조를 창건한 태조 이성계가 청소년 시절에 품었던 꿈과 야망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또 순창의 고추장 마을에서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 문화도 체험했습니다. 남원의 광한루에서는 아름다운 건축 문화의 맛을 즐길 수 있었고, 그네 타기, 널뛰기, 투호 등의 전통 놀이 문화도 경험해 보았습니다. 담양에서는 죽녹원을 찾아 대나무 숲을 걸어보면서 곧게 뻗은 대나무의 절개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우리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때로는 서로 상대 국가의 문화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오해도 하고 다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법도 배우고자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음식 콘테스트를 시도해 본 것이죠. 둘째 날 저녁 식사를 조별로 준비한 후 선생님들과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점수를 매겨 시상을 했습니다. 몽골 출신 아이들은 노거떼서스라는 음식을 준비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한국의 김치찌개를 준비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조를 편성하여 조리, 설거지를 분담했습니다. 상대방 조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서 서로 수고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3박4일 동안 서로 친해진 아이들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을 해맑은 얼굴로 달리며 초가을의 파아란 하늘 아래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아이들의 예쁜 모습에 감동한 우리 선생님들은 맛있는 불고기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어 보답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밤마다 그날 여행을 통해 깨닫고 배운 내용을 적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피곤한 시간, 피곤한 몸이었지만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내주시는 돌발 퀴즈(그날 견학하며 배운 내용을 퀴즈로 복습하는 시간)를 맞춰 보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날 밤 캔들세리머니 시간에는 모두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적어 각각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나눴습니다.

3박4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들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 땅의 삶의 현장을 찾아 인천, 전주, 임실, 남원, 광양, 벌교, 나로우주센터, 순창, 담양을 돌아본 이번 여행은 우리 아이들의 일생에 잊지 못할 고귀한 추억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희망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날 밤... 그 동안 부모님을 따라 찾아온 이 낯선 땅에서 외롭게 지냈던 아이들에게는 어느새 친한 짝이 한 둘씩 생겨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울먹였습니다. 각자의 가슴 속에는 자기들이 이루고 싶은 작은 꿈들이 하나둘씩 피어나 있었습니다.

하나투어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여행을 하기 어려운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학습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하나투어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의 다문화 배경이 더 이상 핸디캡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데 대해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