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리멤버 노마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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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애 작성일21-07-12 10:10 조회4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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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리멤버 노마 진

출처세계일보

기사 원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2&aid=0003598177

 


10년 전 나는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플로리다로 떠났다. 성인이 외국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지만 어린아이는 외국어를 금방 배운다고들 한다. 매일 학교를 다니니 아마 1년 정도 지나면 아들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겠거니 여겼다.

아들은 1년반 만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판정받아 이민자(ESL/ESOL) 학급에서 일반 학급으로 옮겼다. 그런데 1년 후에는 또래 학생의 영어 수준보다 살짝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다시 ESOL 학급으로 재배치되지는 않았지만 언어의 벽을 절감했다. 왜 아들은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일까?

아기가 모국어를 익히는 경우와 달리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제2언어(혹은 외국어)를 배우면 또래의 영어 수준과 비교하게 된다. 또래 아이들은 원어민 부모와 대화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협상하면서 영어를 정교하게 발달시킨다. 학령기 이민 자녀의 경우 언어 구사력이 향상돼도 동급생 아이들의 언어 수준도 발달하고 있어서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준점이 자꾸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 구사력에서 차이가 벌어지면 청소년기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지고 학교 내에서 고립되기도 한다.

 

이민자녀의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가정에서 원어민이 아닌 부모와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력은 2년 내외 소요되는 데 반해 고급 수준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데는 5~8년이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는 원어민 부모처럼 소통과 협상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고학력 원어민 은퇴자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도서관 게시판에 메모를 붙일 수도 있었지만, 아동학대와 범죄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리터러시 코디네이터를 찾아갔다.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중학생 아들의 영어를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매칭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최종 리스트에 있는 분 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70대 할머니에게 부탁을 드렸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설명을 듣고 토론을 했다. 노마 진 선생님이 탬파대학에 다니던 시절 케네디 대통령이 방문한 추억을 들려주며 케네디 대통령에 관한 책도 읽었다. 차츰 선생님의 집에서 공부를 이어갔고 강아지와 함께 놀며 사냥개의 혈통을 공부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아플 때는 약국에서 약을 타서 가져다 드렸다. 가끔 인근 유적지로 여행을 가서 식민지풍의 건축물을 살펴보는 체험활동도 했다. 아이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선생님은 타이르며 훈육을 했다. 견고한 공화당 지지자였던 그녀는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시민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우리 가족이 귀국한 후 그녀의 부고를 접했다. ‘우리는 노마 진을 사랑했고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그녀의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외국에서 여러 해를 살면서 느낀 점은 어린아이도 외국어를 금방 배우기 어렵고, 학습동기와 태도가 성숙한 어른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때를 추억할 때마다 노마 진 선생님을 떠올린다.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주민을 보면 어떻게 고마움을 돌려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 기자 프로필

세계일보 조형숙 서원대 교수, 다문화 이중언어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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