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15.02.17) [수요산책]다문화 아이에게 희망주는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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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애 작성일15-03-14 22:17 조회1,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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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산책] 다문화 아이에 희망 주는 연금술사


                                                                         이희용 다애다문화학교 교장


머나먼 중앙아메리카 나라에서 부모의 국제결혼에 의해 중도입국한 S군은 요리와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학교 한국 문화체험을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가 주선한 특급 호텔 체험과 대한민국 제과명장 K씨의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한 후 뭔가에 끌렸는지 호텔관광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마침내 지난해 말 서울다솜학교 호텔관광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S군은 어려서부터 스페인어에 능통하니 2개국어 구사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멋진 호텔리어로 자라나리라 기대한다.

한국 적응 못해 자신감 없는 학생 많아

같은 학년의 다문화 학생인 C양은 한국에서 몸성히 학교에 다니려면 태권도부터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학교 입학 전부터 태권도에 몰두해 '태권소녀'라 불렸다. 낯선 나라 한국에서 무슨 꿈을 갖고 공부해야 할지 막막해 하던 그녀는 국내 한 은행이 제공한 은행원 체험을 한 후 은행원 언니들의 예쁜 모습에 반해 은행원의 꿈을 갖게 됐다. 마침 이 은행이 다문화가정 학생을 은행원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방침에 그는 용기를 얻어 지난해 말 한 상업고등학교에 합격하고 금융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A군은 한국어가 너무 부족해 1년 가까이 말이 거의 없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던 그를 수업 시간마다 유심히 살피던 생활미술 선생님은 그에게 만화가의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식을 들은 담임선생님은 수도권 소재 한 애니메이션센터를 소개해주고 수강료까지 학교가 지원해줄 테니 방학 기간 동안 만화를 배워보라고 제안했다. 그의 어머니에게도 아들의 만화 공부를 허락해달라 요청했다. 물론 어머니는 자기 아들에게 그런 소질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기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난해 말 A군은 마침내 애니고등학교에 합격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너무나 기뻐했다. "조금 더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행을 택했어요.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낯선 할아버지 고향에서 언어도 잘 안 통하는데… 다행히 안정을 찾고 매일 변화하는 아들을 보게 돼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학교 부적응 아이가 학교의 사랑을 받고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으니 말이에요."

옛날 연금술사들은 비금속을 금·은 같은 귀금속으로 변화시키고자 끈질기게 노력했다고 한다. 필자도 다문화학교를 운영하면서 이 시대의 연금술사를 발견하곤 한다. 바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기관들,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국제결혼에 의해 중도입국한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이 적지 않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을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비하하며 자신감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도 우리 사회에서 귀하게 사용되는 황금 그릇이나 은그릇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꼭 금과 은은 아니더라도 작은 반찬 그릇이라도 돼야만 하며 적어도 우리 사회의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좀 더 많은 기관들이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연금술사가 돼줘야 한다고 믿는다.

지속적 관심 통해 용기 북돋워 주길

실제 우리 학교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자기 진로를 결정할 용기를 얻기까지 우리 사회 각 기관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서·호텔·제과점·엔터테인먼트기업·미용학원·은행·공단 등의 다양한 기관들은 꿈도 희망도 모르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직업 체험을 허락해주고 사랑으로 그들을 안아줬다. 그 사랑과 관심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질적 변화를 가져다줬다.

최대 명절 설이 코앞이다. 새해에도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우리 사회의 금과 은으로 변화시키는 21세기의 연금술사, 사랑의 연금술사가 계속 나와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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