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4.08.18) <교황 목소리 어떻게 들었나> 시민사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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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na 작성일14-10-01 11:39 조회1,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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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목소리 어떻게 들었나> 시민사회계
2014/08/18 16:00 송고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 위로(서울=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길지 않은 한국 체류기간 보인 행보와 메시지는 시민의 마음에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교황은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약자들을 보듬고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과 사회인사, 시민들은 교황의 메시지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약자를 돌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황의 파격 행보에 열광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교황이 남긴 메시지를 가슴에 담고 시민 개개인이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세월호 참사 유족 김영오(37)씨 = 교황이 오시기 전에는 세월호 유족들을 신경쓴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교황은 일정 내내, 첫날부터 떠날 때까지 세월호 유족들을 언급하고 보듬어줬다. 기대 이상이었다.
정부는 이에 반해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교황의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하러 갔다는데 보여주기식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교황은 유족들에게 어마어마하게 큰 메시지를 남겨줬다.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하면서 한 달이 넘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끝에 교황을 만났는데 얼마나 반갑고 위로가 됐는지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어느 말씀보다도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게 교황으로서 할 일'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가난하고 약한 자인 우리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켜달라는 편지를 전했는데, 교황 본인이 직접 편지를 주머니에 넣었을 때 감동했고 진심을 느꼈다.
교황이 그 편지를 진짜 읽을 것이라고 믿으며, 읽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천주교를 통해 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이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가족을 잊지 않겠다고 한 만큼 세월호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돌아섰을 것이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교황이 가고 나면 정부가 어떤 태도로 나올지도 걱정되고 궁금하다. 예전과 같이 무관심으로 일관할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지 지켜보려 한다.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노동자에게도 큰 위안이 되는 훌륭한 방한이었다고 생각한다. 
위안을 넘어 교황이 전한 메시지가 한국사회의 인식 전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방한 중 교황이 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경제모델은 거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깊다. 이는 노동의 존엄과 평등의 가치를 일깨우는 말이었다.  
사회적 약자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황의 자세가 돋보였다.
교황은 또 "물질주의와 무한경쟁 사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자본의 탐욕에 사로잡힌 사회에 대한 걱정을 넘어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이번 방한으로 사랑의 본질은 행동이라는 것도 알린 것 같다. 이러한 교황의 자세는 종교를 떠나 부패한 경제시스템과 노동 현실에 맞서 싸우는 민주노총의 가치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지체장애인 유경재(28)씨 = 가난한 자를 위하라며 우리 사회의 아픔을 모두 끌어안으셨다. 솔직히 우리와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닌데 자신과 상관없을 이야기도 경청하며 모든 것을 끌어안고, 함께 기도하고, 보듬어주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교황은 또 무한 경쟁과 물질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군 복무 중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역경을 겪었던 제 입장에 비춰보면 천천히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라는 말씀으로 여겨진다. 
위만 바라보며 달리다가, 다친 뒤로 아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됐는데 저보다도 못한 사람이 참 많았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뭔가 하나씩 일이 되기 시작했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화목한 마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됐던 것이다. 교황 말씀도 주변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행복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인 만큼 좀 더 낮은 자세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 이희용 다애다문화학교 교장 =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의 소탈함과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학교 적응에 실패해 우리 학교에 위탁된)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교황처럼 좀 더 소탈하고 진실하게 대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교황 말씀 중에선 아시아 청년들에게 '너희가 갖고 있는 젊음을 다 어디에 쓰겠느냐, 깨어나라'고 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직 스스로의 재능을 찾고 피워내지 못한 우리 학생들은 물론, 저희도 나이는 들었지만 깨어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어제 충남 서산 해미에서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하셨던 것도 중요한 말씀이다. 
다문화 가정 학생처럼 다른 문화에서 온 이들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러한 자세야말로 '겸손함'이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 건국대 토목공학과 2학년 김유현(22)씨 =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는 진보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급진적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위해 싸우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교황을 겉으로는 열렬히 환영하면서도 정작 교황이 전하는 가치에는 주목하고 있지 않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고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그런 가치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위해 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손을 잡아줬는데, 우리나라 종교 지도자들은 그동안 왜 단 한 사람도 세월호 유족을 직접 찾아와 손을 잡아줬다는 이야기가 안 들렸는가. 
교황 방한을 계기로 이율배반적으로 교황의 말들을 소개할 것이 아니라 교황이 전달하려는 혁명적인 메시지의 의미를 되새기고 반성·자각해야 한다.
스펙 경쟁과 취업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대학생이지만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 
 
▲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 =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내내 가난한 사람,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메시지가 특히 더 크게 울리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약자를 돌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교황의 방한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위로가 됐고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데 기여했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를 재조명하고 우리 사회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교황이 방한했다는 사실에 열광하는데 끝나지 않고 이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우리도 실천적 변화를 이뤄야 할 때다. 
사실 국가가 하지 못한 부분을 교황이 언급한 것 자체가 비극이다.
대통령,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교황에게 기댄 것 아닌가. 결국 교황이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지만 법을 만들고 제도를 바꾸는 과제는 우리의 몫인 것이다.  
시민들이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깊이 새기고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점, 예컨대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등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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