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 (2013.05.17) 다문화사회 교육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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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na 작성일14-09-30 13:52 조회1,261회 댓글0건본문
[시론] 다문화사회 교육에 길 있다
이희용 다애다문화학교 교장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
입력시간 : 2013/05/16 17:43:00
수정시간 : 2013/05/16 17:43:00
중도입국 청소년 P는 지각 대장이다. 담임선생님이 아침마다 전화로 깨워주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곤 했다. 게다가 배가 자주 아팠다. 혹시 위나 간이 안 좋은가 싶어 종합 검진을 권유했다. 수십만원을 들인 검진 결과도 별 이상은 없었다. 필자는 '마음의 병이 깊구나'생각했다. 어느 날 아이와 상담하던 중 P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며 말했다. '도대체 내 엄마는 누구입니까?'필자는 너무 놀라 며칠 뒤 엄마를 학교로 오시게 했다. 중국인인 그의 엄마는 중국에서 중국인 아빠와 P를 낳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 일하다가 한국인 아빠와 재혼했다. 두 해 전 10년 만에 P를 한국에 데려왔지만 새 아빠 집에서 살 수는 없어 P만 따로 방을 얻어줘 혼자 살게 했다.
중도입국 2세 가정ㆍ학교서 소외
아이를 엄마 옆에 앉게 한 후 엄마에게 여쭤보았다. '이 아이를 누가 낳았습니까?'필자의 질문에 엄마는 울며 아이에게 말했다. '내가 네 엄마지 누가 네 엄마겠어… 나는 너 하나를 위해 아침부터 그렇게 돈 벌려고 애쓰고 있어…'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P는 무덤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필자는 엄마에게 아들을 한번 꼭 안아주시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시기를 부탁했다. 엄마는 그렇게 했다. 흐느끼는 엄마의 품에 안긴 P는 웃을까 울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이 사건 이후 P의 지각병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표정도 밝아지고 미소가 많아졌다.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원하던 상급학교에도 진학했다. 이 사건을 통해 필자는 사랑의 힘을 깨달았다. 사랑은 병든 아이도 살려낸다.
요즘 부모와 헤어져 오랜 기간 혼자 자라던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입국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우리말을 잘 하지만 외국에서 태어난 중도입국 청소년은 대부분 한국어를 잘 못하고 한국 사회와 문화도 잘 모른다. 특히 이들은 오랜 기간 부모와 헤어져 살았기 때문에 부모 자식 간에 정이 별로 없다. 친부모가 이혼하고 한국인과 재혼한 경우는 더 심하다. 부모의 사랑에 굶주리고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기만 한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이중언어 교육보다 시급한 것이 사랑이다.
한국인으로 성장 위한 교육 절실
이들은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에 PC방이나 집에서 컴퓨터나 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돈 버는 일에 매여 자녀의 학업 문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학적을 생성하려면 '귀국자 편입학 지침'이 요구하는 서류를 구비해야 하는데 이게 하늘의 별따기다. 공교육 진입장벽이 아직도 높은 것이다. 할 수 없이 한글 배워주는 곳을 찾아 한글 공부를 해보지만 거기서 만난 모국 친구들과 함께 가출해 일탈 행위에 빠지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온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사람 구경하다가 배가 고프면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빵을 슬쩍하는 재미로 소일한다. 이들을 이대로 방치하다 보면 머지않아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도 우리 국적을 취득할 것인데 이들을 담배연기 가득한 PC방에서 끄집어내어 공교육에 진입시켜야 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각자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게 해 장차 이 사회에 봉사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동안에는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이 외국인 엄마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마인드에서 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을 위한 '교육'마인드가 필요한 때다. 어느새 그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지나 중ㆍ고등학생으로 성장했고 학적이 없는 중도입국 청소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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