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4.06.26)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버팀목 '강남 경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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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na 작성일14-10-01 11:33 조회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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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버팀목 '강남 경찰관들'
기사입력 2014-06-26 10:30 | 최종수정 2014-06-26 10:56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버팀목 된 경찰관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열린 멘토링 결연식에서 다애다문화학교 학생 서태희 양이 김희규 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6.26 << 사회부 기사 참조, 강남경찰서 제공 >> hwangch@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제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제가 쟤들한테 맞은 거예요."

지난 2012년 1월 중학교 2학년생이던 박성진(당시 15세)군은 같은 몽골 출신 친구들과 함께 밤길을 걸어 귀가하다 한국인 10대 10여 명에게 둘러싸였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대로에서 만취해 행패를 부리는 한국 학생 A양과 일행 중 한 명이 시비가 붙었고, 이에 격분한 A양이 주변 친구를 불러모은 것.

어눌한 한국어로 해명하려던 박군에게 사방에서 주먹과 발길질이 쏟아졌고, 박군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병원에 입원할 당시 박군의 얼굴에는 구둣발자국이 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다문화가정 자녀인 박군의 부모가 지급능력이 없다고 봤는지, 며칠 동안이나 두부 CT(컴퓨터단층촬영)도 찍지 않고 방치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A양도 치료비 지불을 거부한 채 오히려 박군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박군은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몰렸다.

공포에 질린 박군을 구해준 것은 강남구 논현동 다애다문화학교와 결연한 강남경찰서 외사계 직원들이었다.

부모가 한국 기업에 취업하면서 2010년 입국한 박군은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몽골인이면 말을 타고 다니라"는 이른바 학교 일진들의 등쌀에 시달려 학교적응에 실패하고 다애다문화학교에 위탁된 상태였다.

'나도 크면 경찰 될래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열린 강남서 직원과의 멘토링 결연식 직후 다애다문화학교 학생들이 순찰차를 타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4.6.26 << 사회부 기사 참조, 강남경찰서 제공 >> hwangch@yna.co.kr

외사계 직원들의 도움으로 박군의 무혐의가 밝혀졌고, 가해자로부터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었다.

박군은 덕분에 한국에서의 나쁜 기억을 털어버릴 수 있었고, 이후 몽골로 돌아가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강남경찰서 직원들은 2011년부터 다애다문화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1대1 멘토링 후원을 하고 있다.

이희용 다애다문화학교 교장은 26일 "3년전 처음 경찰이 학교를 찾았을 때는 '불법체류학생이라도 찾으러 왔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이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현재 다애다문화학교 학생들과 멘토-멘티를 맺은 강남서 직원은 27명. 이들은 학교폭력예방교육과 재난예방교육, 성교육 등 생활지도교사 역할을 맡는데 그치지 않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형제와 같은 존재가 됐다.

이 교장은 "처음에는 학생들이 경찰관이라고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형, 누나라고 부르고 정말 믿고 의지한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도와주겠다는 경찰관들이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남경찰서의 노상채 청문감사관은 아예 한국어 교사연수과정을 밟고 매주 월요일 다애다문화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강남서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어가 어눌하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아픔을 함께하며 멋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성심껏 돕겠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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