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14.10.18) 편견에...꿈을 포기하는 다문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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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애 작성일15-03-14 21:54 조회5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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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꿈을 포기하는 다문화 학생들

전체 초중고 1% 시대… 6만 7000여명의 ‘빛과 그림


 


# 1. 2012년 3월 서울 광진구 연쇄 방화 사건의 범인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 A(17)군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러시아 튀기(혼혈)’ 등의 놀림을 받았고 왕따에 시달렸다. 가까스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 생활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19살이 된 A군은 요즘도 소년원을 들락거린다. 동생 역시 벌써 소년원 신세를 여러 차례 졌다.

# 2. 중국동포 출신으로 2년 전 부모를 따라 중도입국한 김정혜(16·다애 다문화학교)양은 한국에 온 뒤 말수가 줄고 사소한 일에도 거칠게 반응했다. 공부도, 꿈도 포기한 채 방황하던 김양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다녀온 뒤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 5일 강남 한류페스티벌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한 김양은 “중국에서 온 사실을 늘 숨기고 싶었는데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데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6만 7000여명으로 전체 초·중·고교생의 1% 규모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취학률(적정 연령대 학생들의 재학 비율)은 떨어진다. 2012년 전체 중학교 취학률은 96.1%에 이르지만 다문화 학생은 92.3%에 그쳤다. 다문화 학생의 고교 취학률은 85.1%(전체 92.6%), 대학 취학률은 49.3%(전체 68.4%)로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일반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의 중도 이탈 또는 진학 지체가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편견과 함께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공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국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예비학교가 80곳, 방과후과정 중점 학교가 120곳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 한국어 수업에 그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학생들은 학습 부진보다 정체성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구분 짓는 말과 행동은 가장 큰 ‘폭력’이 될 수 있는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옥남 한국가족사랑연구원 코칭교육센터장은 “다문화사회 초창기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갈수록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한 진로 탐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다문화가정과 중도입국 청소년 대상 위탁형 대안학교인 다애 다문화학교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다애 다문화학교는 외국어 능력을 활용한 호텔, 통역 체험 학습 프로그램 등으로 아이들에게 학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 덕분에 지난해 중3 과정 18명을 모두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이희용 교장은 “다문화 아이들은 중학교부터 이탈 비율이 늘고, 이는 사회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일반 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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